영화 내내 집에 거의 해가 들지 않는다. 밤이거나 비가 오지 않으면 기껏해야 흐린 정도다.
=원작에서 가져온 몇 안 되는 대사 중 하나가 “이모부가 책이 상할까봐 햇볕을 금지했다”라는 히데코의 말이다. 정서경 작가가 빼놓았는데 내가 도로 넣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히데코
-앞서도 김태리 배우의 활력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를 보니 촬영 전 감독이 예측했던 장점이 거의 적중한 것 같다. 그 밖에 작업 도중 발견한, 배우로서의 장점이 있다면.
=대학 4년 동안 연극반이었고 졸업 후에도 3년 동안 무대에 서와서 발음이 정확하고 분명하다. 징징 울면서 말하는 장면에서조차 전달이 확실하다. 분명하고 똑 부러진 스타일이라 군소리가 필요 없다. 연기가 미흡해서 한 소리 들을 경우에도 변명 따윈 없었다. “알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돌아서서 혼자 주먹을 꼬옥 쥐는 스타일이다. 영화에 히데코가 설렁줄을 잡아당기는 데도 심술이 나서 미적이다 뒤늦게 사과하는 장면 있지 않나? “너무 늦게 오셔서 잠들었나 봐요. 죄송합니다”라는 대사를 하는 숙희가 현장의 김태리와 많이 닮았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