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박 감독에게서 거장다운 면모를 느낀 점이 있다면.
하정우: 고민의 깊이가 다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의 공통점이다. 시나리오의 설정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바로 답변이 온다. 굉장히 유연하다. 연출 막내 스태프의 아이디어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고민을 한다. 그런 것이 정성스럽다. 또 같이 일하는 사람과 쌓는 신뢰, 인연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팀워크를 통해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클래식하면서도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로서 응당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분인 것 같다. 사실 연출의 기술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작법은 취향이기 때문에 그것을 ‘거장’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단,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보면 훌륭함이 느껴진다. 감독님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최고 중 하나다. 너무나 운좋게 그런 감독님과 작업을 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아가씨’는 감사한 시간이었다.
10. 감독들에 따라 배우로서 현장에 임하는 역할, 책임감도 달라질 것 같다.
하정우: 박 감독님은 이미 고민을 끝내놓고 배우를 만난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아이디어를 물어보고, 또 언제든지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