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BTS_Rap Monster
작성시간23:47 조회수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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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MMA 올해의 앨범, 그리고 MAMA 올해의 아티스트.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요즘 몇 번을 겪고 있는지. 여러차례 제 입으로 얘기했듯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기분좋게 어지럽습니다.
수식어와 타이틀에 목매지 말자, 수없이 다짐하는 저이지만 대상.. 대상과 올해의 아티스트 라는 이름은 저에겐 그 무게 자체를 달리 하는 것이었어요.
예전도 지금도 방탄소년단의 힘은 무엇인가? 그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대체 왜 잘 되었는가? 와 같은 질문들을 수없이 받는데.. 나름의 유추와 고민을 통해 대답했었지만 사실은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름'이 우리들의 힘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들었어요.
제가 방금 얘기했지만, 우리는 아직 정말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좋은 말들을 해주시는지..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어떤 의미가 되고 어떤 별로 남고 있는지. 얼만큼의 무게를 가지는지. 왜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 솔직히 다는 몰라요. 그리고 이상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거 같아요. 우리는 음악과, 무대와, 멤버와 팬들에 대한 감사함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있으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 아침ㅡ이 기상이 될 때도 있고 취침이 될 때도 있지만ㅡ 감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해요. 세계에 대한 모든 감사함으로요. 아, 우리가 한 발짝만 헛디디면 추락했을지도 모를 아득한 절벽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열정과, 다른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감사하게 올라왔구나. 아 나는 오늘 날씨에 감사하다. 맑은 하늘에 감사하다. 내리는 비에 먹구름에 감사하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감사하다. 아 나는 감사하구나, 감사해야 하겠구나
아마 우리가 걸어온 길이 절벽임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연습생 때 그렇게 도망쳐서 어딘가에 숨어버렸을지 몰라요. 아니면 아예 시작을 안 했거나.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그랬다면 제 삶도 지금같지는 않았겠죠? 그래서 감사해요. 미안하고 감사하고. 나에게. 세상에게. 또 사람들에게
제 마음은 여전히 같아요. 우리가 세상이 정의하는 어떤 위치에 있어도, 같은 눈높이에서 우리의 눈을 맞추고 싶은 거죠. 여러분이 제게 목마를 태워서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면, 때로는 제가 여러분을 목마 태워드리고. 그런게 좋지 않을까요. understand는 under-stand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다 똑같은 인간이니까요. 기뻐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극복하고. 웃고 울고.
지금부터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전혀 다른 세상, 신세계라는 기분이 들어요. 아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우리가 어디까지 가는지 우리도 스스로 목도하고 싶다. 같이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많은 것들을 함께 이뤄가고 있어요. 나는 앞으로는 우리가 상상치도 못했던 많은 멋진 일들을, 같이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들어요. 막연함은 늘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이렇게 기분좋은 막연함이 또 없어요.
그렇습니다 여러분. 대상이네요. 저도 늘 야망이 있었지만 꺼내보지도 못했던 반짝이는 꿈인데, 같이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분 덕분에 하루하루 제가 어떤 사람인지 느끼고 알게 됩니다. 어제는 샛강을 걷다가 낙엽을 주웠는데, 빨간 단풍잎을 책갈피처럼 끼워 추억으로 남기고, 또 소중한 친구에게 편지로도 보냈던 어린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제 요즈음은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마음속에 빨간 단풍잎 한 장쯤은 있을 거니까요. 같이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걷고, 간직하고, 꺼내봅시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