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먹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남자아이가 닭 날개를 먹으려고 하면 할머니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렸다.
남자가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불과 몇 십 년의 이야기다.
남자는 왜 닭 날개를 먹지 못하게 했을까?
생각할수록 터무니없지만 이런 말이 나오기까지에는 배경이 있다.
지금은 닭 날개,
치킨 윙이 닭고기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부위로 꼽힌다.
하지만 예전에는 닭갈비와 함께 닭고기 중에서 가장 먹을 것이 없는 허접스런 부위였다.
예전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시골에서 올라온 일가친척까지 군식구까지 끼어 식구가 참 많았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닭 한 마리 잡아봤자 닭고기 한 점 제대로 얻어먹기 힘들었다.
때문에 집안 서열에 따라 먹는 부위가 정해져 있었으니 한 마리에 두 개 밖에 없는 닭다리는 아버지와 장남의 몫이다.
가슴살을 포함한 살코기는 나머지 남자들의 처지였다.
반면 여자들은 제대로 된 닭고기는 얻어먹기 힘들었고 특히 어머니는 기껏해야 국물이나,
닭죽을 먹으면 다행이었다.
평소 손자만 끼고돌면 아끼던 할머니였지만 이런 날에는 특별히 손녀도 챙겼다.
닭 날개와 모가지를 여자들의 몫으로 확보한 것이다.
남자가 닭 날개를 먹으며 바람을 피운다며 먹지 못하게 했고,
닭 모가지는 여자가 먹어야 목소리가 고와진다는 핑계로 남자는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닭 날개 먹으면 바람피운다는 말은 옛날 남녀차별 속에서 할머니가 그나마 손녀를 배려해 만든 사려 깊은(?) 농담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