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콘서트가 끝나고 바로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제 삶에 있어 너무나 컸던 순간이라 감정의 잔여물을 가라앉히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혹시 기다리셨다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전합니다.
누군가의 앞에서 눈물을 훔치는 정도가 아닌, '울어본' 적은 꽤나 오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울고 싶어도 잘 울어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많이 답답하고 스스로 안타깝기도 했었어요. 그만큼이나 이 이틀간은 저에게 극적인 순간이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참..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데뷔할 때 히든트랙에서 읊조렸듯이 저는 조그만 바람에도 하루에 수백번씩 나의 바다와 사막을 오갑니다. 많이 강해졌다며, 나아졌다며 스스로를 믿고 의지하려 해도 나의 마음과 상관없이 훅 무너져버리는 많은 순간들은 지금도 어쩌기가 어려워요. 아직도 많이 두렵고요. 많은 당신들도 그렇겠죠? 세상에 두려운 걸 '두렵다'고 똑바로 말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은 없을 거에요. 그래도 이제는 제 옆에, 뒤에 많은 분들이 계신다는 걸 조금은 알았어요. 저도 앞으로 당신이 무너질 때 손 내밀어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고쳐 하게 되었어요.
절망, 위로, 희망, 방황.. 남극의 크레바스 같은 많은 감정과 생각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아직은 들려드릴 수 없는 많은 노래들을 작업실에서 혼자 만들고 있어요. 절대로 가볍지 않고, 너무 깊은 제 안의 것들이라 만들면서 저도 문득문득 너무나 과몰입 될 때가 있어요. 지나친 자기연민은 위험하다지만, 또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나에게 더 강한 확신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제 너무 많은 분들이 저를 지켜주시는 만큼, 한 순간, 말의 한 끝 감정의 한 올도 허투루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돌이켜보면 제가 제 힘듦에 못 이겨 그냥 흘려보냈던 기억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더 성숙하고 신중한 멋진,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단순히 공연을 넘어, 이번 콘서트는 저에게 그런 이런저런 다짐과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제 몸의 면적이 체조경기장만큼 커다랗진 못했지만, 저의 목소리는 그랬길 바라며. 나름 보이지 않는 그림자진 곳까지 구석구석 제 얼굴을 비추려 애썼는데 부디 최대한 많은 분들이 제 표정과 진심을 보아주셨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면 그거만큼 행운도 없겠죠. 저는 지금도 진심으로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 행운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많은 것들에 감사하고, 더 신중하며, 더 멋진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이 콘서트에서 제가 흘린 눈물보다, 더 깊은 제 음표와 울림을 여러분이 꼭 듣게 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까지 제 머리도 많이 아플 거고, 용기도 많이 필요하겠지만요. 저는 그래도 꾸역꾸역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부디 저를 조금만 더 믿어주시기를
한낮이지만 지금 제가 있는 이 곳은 비가 옵니다. 5월에도 어딘가 겨울의 냄새가 있습니다. 아직은 그 더운 무대의 채 가시지 않은 여운이 당신의 마음속에도 따뜻히 숨쉬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