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라면서 아는 게 별로 없나 보지?”
가만히 있던 志云의 빈정거림에 현민이 환하게 웃었다.
“동생. 우리는 차차 알아가는 관계야. 처음부터 모든 걸 알려고 하는 건 애들이나 하는 짓이라구.”
꺅!
2층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떡 일어났다. 구석에서 통화를 하던 윤성 역시 휴대폰을 꽉 쥐고 2층을 노려봤다. 그리고 동시에 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벌컥!
夏媛의 방문을 연 건, 서우였다.
“무슨 일이야!”
“앗! 왜들 달려온 거야?”
아림이 당황하며 夏媛의 앞을 가렸다. 아림이 夏媛보다 좀 더 컸기 때문에, 연두색 나풀거리는 치맛자락 말고는 보이지 않았다.
“비명을 질렀잖아.”
“뭐야, 그것 때문에 이렇게 다들 뛰어온 거야? 팔불출들. 어머, 志云이까지 왔네?”
뒤에 서 있던 志云이 얼굴을 붉혔다.
“군중심리지.”
“뭐라는 건지….”
“아무 일도 없으신 겁니까?”
윤성이 딱딱하게 물었다.
“있지. 그것도 아주 큰일.”
“무슨 일입니까?”
윤성이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아림이 웃으며 옆으로 살짝 비켜섰다.
“夏媛이가 너무 예뻐서.”
깊은 쇄골이 드러나는 연두색 끈 드레스. 부드러운 실크 드레스는 夏媛의 몸매 굴곡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무릎까지 내려왔고, 가느다란 종아리 아래쪽엔 작은 발을 감싼 진녹색 샌들이 있었다. 허리까지 늘어져 있던 긴 머리카락을 꽈배기 모양으로 틀어, 잔머리 하나 없이 정수리 부근에서 돌돌 말아 묶고, 계란형의 하얀 얼굴엔 옅은 화장.
지상에 찾아온 요정처럼 약간은 당혹스러운 듯 서 있는 夏媛을 보며, 네 남자는 생각했다.
비명을 지를 만 하네.
“가지가지들 하는군.”
志云은 방금 夏媛이 예쁘다고 생각한 자신의 행동에 짜증이 치밀어, 말을 툭 내던지고는 돌아섰다. 아림이 호호 웃었다.
“왜? 너무 눈부셔서 똑바로 못 보겠어?”
저 기집애가 진짜.
“예쁘긴 뭐가 예뻐? 내 스타일 아냐.”
“얼굴은 빨간데?”
“더워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