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의 주인공은 상속녀와 하녀 숙희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하녀가 모시는 아가씨가 제목으로 됐구나 하는 빤한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도 없진 않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에게 의미 그 이상의 의중이 있었다.
“각본을 쓰기 전인 한참 지난 이야기에요. 어떤 식으로 써야 하나 회의를 하다가 ‘하녀는 하녀고 히데코 쪽을 뭐라고 부르나’ 생각을 했죠. 당시 시대적 배경을 봤을 때 ‘아씨’ ‘아가씨’라고 불렀죠. 상류 계급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 쓰던 말인데 아주 쉽고 예쁜 말이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또 다른 의미도 있죠. 남성들에 의해 오염된 단어이기도 하죠. ‘00아가씨’ 등. 그런 오염으로부터 되살리고 싶은 아름다운 말 ‘아가씨’를 쓰고 싶었어요.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원작은 ‘하녀’를 가르키는 말인데 한국의 제목은 ‘아가씨’를 가리키는 말이어서 동등한 균형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기존 영화들의 그 이상의 파격적인 시도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장면, 단어, 대사 등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상업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식민지 시대 한일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만든 영화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과연 아가씨와 한일관계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영화 속 그 포인트를 짚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듯 하다. 아가씨가 갖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장면들은 곳곳에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