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시작부터 매우 힘들었다. 삶의 의욕이라고는 요만큼도 없어서 매일매일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다.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을 기다리고 퇴근하면 침대에서 멍하니 빨리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얼마 전 읽은 책에 "나는 그 당시 9살이었고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 밖에 없었다." 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서른이 넘었음에도 나는 우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지 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났지만 음악을 들으며 울고 책을 읽으며 울고 영화를 보고 울고 사람들을 만나고 울었다. 눈물은 언제 어디서든 왈칵 쏟아져내려 나중에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출근길에 울면서 적어도 우리 반 아이들 앞에서는 울지않을 수 있기를 기도했고, 이러한 와중에도 내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아직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 아이들은 그 동안 별다른 사고 없이 매일매일을 보내주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늦지않았을거야, 이제는 돌아가야지 하던 요즈음의 마음을 비웃듯 오늘 뿅♪ 하고 사고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