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관객이 박찬욱의 영화세계를 생각할 때 즉각 떠올리는 색깔들을, 정서경 작가, 류성희 미술감독, 조상경 의상감독, 송종희 분장감독 같은 여성 전문스탭과의 지속적 협업과 분리시키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네 사람은 최고의 실력자이고 더 나은 사람을 몰라서 함께 일해왔다. 어쩌면 남성인 나의 부족한 면을 메워주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작업 기간에는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고 일하기 때문에 내쪽에서도 영향을 안 받았다면 더 이상하다. 그 영향 중 여성적인 무엇이 있을 텐데 어떤 형용사로 표현할지는 모르겠다.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을 구별하지 않게 됐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내 안에도, 그녀들 안에도 다양한 면이 혼재한다. 사람들이 “이 대사는 정서경 작가가 썼죠?”라고 묻는 대사가 내가 쓴 경우도 많고 반대 경우도 있다. 내가 그동안 남자는 이래야 한다고 교육받고 내면화한 요소라든가 나 자신이 지닌 여성적 면모를 별로 자랑스러워하지 않은 것들이 여성 스탭들과의 작업을 통해 많이 계발됐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음 영화는.
=를 찍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