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건 안 벌어도 돼. 할아버지가 다 해줄걸.”
“그럴 순 없어. 이런 방도 빌려주셨는데.”
“괜찮잖아. 그래봐야 네가 쓰는 돈이 얼마나 된다고.”
“오빠.”
夏媛이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는 걸 그만두고 현민에게 다가갔다. 고양이 같은 눈이 현민을 똑바로 올려다봤다.
“오빠 말대로 내가 쓰는 돈은 오빠 같은 사람들한테 하루 용돈도 안 되는 돈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한테 그건 굉장히 큰돈이고, 의미가 있는 돈이야. 내가 이 집에 들어온 거, 오빠한텐 길에서 떠도는 강아지 한 마리 주워온 것보다 의미가 없겠지만, 나에게 회장님이 주신 이 기회는 희망이야. 그러니까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노력해서 얻고 싶어.”
夏媛은 작았다. 그야말로 버려진 아기 고양이만큼이나 작고 가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현민의 눈엔 夏媛이 이 방을 꽉 채우고도 넘칠 만큼 크게 보였다.
“하아. 정말 좋다.”
“그렇게 좋아?”
입안이 바싹바싹 탔다. 어깨를 만지고 싶은데, 아까처럼 쉽게 건드릴 수가 없다. 夏媛이 말했던 백억 원을 줘도 못 만진다는 말의 뜻을 이제야 알겠다.
“응, 좋아. 꿈을 버리지 않게 됐거든.”
“꿈이… 뭔데?”
“수의사가 되고 싶어.”
방 구경을 조금 더 한 후에, 현민과 1층에서 만나기로 했다. 강아지의 상태를 보러 가고 싶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