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에선 아프지 않았는데.
의외의 고통이 심장을 침범해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하는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챈 듯 씁쓸하게 웃었다.
"미안하다."
※
"아하하하하! 뭐가 미안해, 인마? 완전 잘 됐네!"
현민이 양팔을 옆으로 쫙 벌리며 경쾌하게 말했다.
어울리지 않는 웃음. 그래서 더 쓸쓸한 목소리.
그래도 夏媛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난 이렇게 말했지. 환하게 웃으면서, 고통 후에 금방 기쁨이 찾아왔거든. 어쨌든 내 가장 소중한 친구가 사랑을 하게 된 거잖냐. 축하해 줄 일이지. 그래서 난 축하를 해줬지."
"......"
"그런데 참 웃긴 게...... 난 우리 사이가 변함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변하더라. 그건 친구가 내 사랑하는 사람과 사귀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에게 연인이 생겼기 때문에 변하는,
그런 흔한 변화였어. 연인 사이에 끼어드는 눈치 없는 놈이 될 수는 없잖냐. 그래서 난 알아서 자리를 피해줬지."
※
영현이는 정하와 같은 중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그 두 사람은 같은 학교, 난 다른 학교, 내가 그들의 학교에 찾아가지 않으면 접점이 없었다.
내가 하늘 집에 들어온 순간, 나는 그들과 사는 세계가 달라졌다.
변화가 싫어서 그들에게 매달렸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정하와 영현이는 종종 하늘 집에 놀러왔다.
처음 하늘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매일 놀러왔었기 때문에, 그들의 방문은 거의 일상이었다.
새로 생긴 두 동생 녀석들과의 사이도 여전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들이 하늘 집에 올 때 내가 볼일이 생겨 나가게 된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