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 가운데 히데코가 자라면서 작아진 구두들을 모아놓은 신발장은, 원작에 없던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에서 주인공 인디아(미아 바시코프스카)가 해마다 생일 때 선물 받았던 구두를 연상시킨다. 왜 또 구두인가.
=모르겠다. 그건 나뿐 아니라 정서경 작가의 취향이기도 하다. 의 초고는 웬트워스 밀러가 썼지만 구두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정서경 작가와 내가 같이 더했다. 성장하면서 바뀌는 물건으로는 옷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신발은 조그맣게 한 켤레로 성장의 흔적을 한눈에 보여주지 않나.
-소설에서도 중요한 장갑 서랍장은 예측했지만 정말 켤레 수가 많더라. 그러고보니 에서 비슷한 셔츠가 줄줄이 걸린 우진의 옷장 이야기를 하면서 류성희 미술감독이 “비슷한 물건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감독님이 풍요와 부의 표식으로 여기는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그럴 수도 있다. 남이 보기에 똑같아 보이는데 미묘한 차이로 구분 짓는 것이 사치의 징표니까. 예를 들어 똑같은 색 단추인데 재질이 진주냐 상아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옷이라고 여기는 거다. 그런데 는 아마 소품 대여비용 때문이었을 거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