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에 바람이 일었다. 라온은 청량한 바람 한가운데 서 있었다. 얼굴위로 쏟아지는 바람의 감촉에 라온은 길게 입술을 늘 였다 . 지그시 눈을 감고 온몸으로 바람을 느꼈다.
기분 좋아.
바람결에 은은한 향기가 전해졌다 . 어찌 보면 사향노루의 향기 같고, 또 어찌 보면 여름 들판에 핀 여름 꽃을 닮은 향기 였다.
누구지? 이 향기의 주인 은?
라온은 향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갑자기 주위의 풍경이 급격하게 변했다. 고귀한 기품이 흐르는 방 안이었다.
여긴 ...... !
“ 뭐 하는 게요 ? 홍 내관, 어서 머리를 조아려요.”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장 내관이 바닥에 납죽 엎드린 채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곧이어 문밖 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세자 저하 납시오!”
라온은 서둘러 바닥에 엎드렸다 . 문이 열리고, 거침없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발소리와 함께 한 줄기 바람 이 밀려들었다.
좀 전에 느꼈던 은은한 향기다.
라온 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 향기. 무척이나 좋다.
사람 의 마음 을 포근하게 감싸는 듯 따스하면서도 무언가 아련한 향기 였다.
깐깐 하고 무섭다는 세자 저하의 향기 가 따뜻하다고 느끼 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향기 ……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