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인간관계가 싫다. 의무감이나 당위성에 의한 관계가 몸서리치게 싫다. 무언가 상대방과의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싫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귀찮다. 굳이 그런것들이 필요한 관계라면 유지하고 싶지도 않다. 연락 좀 안하면 어떻고, 만나지 않으면 어때. 나는 그런 눈에 보이는 수치나 횟수가 마음의 크기와 전혀 비례하지 않는데 자꾸만 원하지 않은걸 하려니까 되도 않는 의무감에 진심없는 말들만 토해낸다. 그래서 토할 것 같다. 진심이 담겼다가도 재촉하는 사람들 모습에 가치없는 빈말만 늘어놓게 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연락해, 밥 한번 먹자, 보고싶다. 라는 말들이 형식적인 말버릇이 된 것 같다. 항상 먼저 연락하고 먼저 연락 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 그 연락을 기다리는 내가 싫어 먼저 연락하는 습관을 버리기로 했다. 예전에 누군가 나를 오해하면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무던히 애썼는데 지금은 그냥 나를 오해하도록 내버려둔다. 이제는 흐트러지는 관계가 싫어 아무런 이유 없이 먼저 사과하지 않기로, 일시적인 얕은 인연에 연연해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부터 나에 대한 믿음이 없던 사람을 위해 소모해야하는 감정 조차 이젠 너무 아깝다. 친절한 사람이라 해서 진실한 사람은 아니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믿음이 가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나를 굳이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이러한 관계가 늘어가는게 정말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