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온종일 내린 지난 13일 오후, 육군20사단 무적번개대대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각종 훈련과 임무 수행에 여념이 없는 용사들을 위해 국방홍보원 국방FM이 특집 ‘무적번개 콘서트’를 마련한 것.
이날 콘서트는 많은 양의 비 때문에 연병장에 세운 특설무대 대신 실내 강당으로 장소가 급변경되는 등 변수가 많았지만 무적번개대대 용사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내 강당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용사는 건물이 떠나갈 듯 우렁찬 환호와 열기로 콘서트를 200% 즐겼다.
대대장 최대집(3사 31기) 중령은 “국방홍보원에서 우리 대대에 뜻깊은 시간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하며, 한 번 즐기고 마는 자리가 아니라 용사들이 남은 군 생활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전 대대원이 일치단결해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국방FM 박은지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는 ‘가을의 품격’이라는 부제처럼 군 장병들의 품격을 더해줄 다채로운 코너로 진행됐다.
우선 여성 2인조 그룹 ‘풋풋’과 대학가요제 출신 실력파 남성 2인조 어쿠스틱 밴드 ‘따밴’이 무대에 올라 꿀을 바른 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가을비 내리는 날 용사들의 감성지수를 한껏 높였다. 특히 따밴의 보컬 윤현준은 “저는 예비군 6년 차다. 남자 가수의 무대에도 이렇게 큰 호응을 보내줘 고맙고, 군대에서 가수의 꿈을 키워 이렇게 활동하게 됐다. 꼭 꿈을 이루길 바란다”며 후배 장병들의 앞날을 응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국방FM이 용사들을 위해 엄선한 명강사의 강연도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201일간 요트 하나로 무동력, 무기항, 무원조로 4만2000여 ㎞에 걸쳐 세계 일주에 성공한 해양 모험가 김승진 선장이 ‘당신의 꿈을 항해하라!’를 주제로 15분간 열강, 객석에 긍정과 열정의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용사들이 주인공이 돼 전우들을 웃기고 울리는 시간도 마련됐다. 고우석 병장 등 7명이 임창정의 ‘문을 여시오’라는 노래로 준비한 코믹무대를 비롯해 유해발굴팀 김태영 소령과 함께한 미니 토크 시간, 또 민경현 상병이 전우에게 보내는 감사편지 낭독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져 전우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걸그룹 ‘유니콘’과 ‘헬로비너스’의 무대였다. 용사들은 미리 준비한 플래카드와 경광봉을 흔들어 가요계 여신들의 강림에 응답하는 한편 목청이 터져라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젊음의 에너지를 불살랐다.
당초 예정했던 2시간보다 40분이나 넘겨 콘서트는 끝이 났고, 용사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사단가를 제창하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유해발굴병 김재년(23) 병장은“기대 이상으로 즐겁고 알찬 콘서트였다. 특히 김승진 선장님이 어려운 상황을 긍정의 힘으로 이겨낸 이야기가 감명 깊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신체적으로 힘들기도 했는데 스트레스를 확 풀었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