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모란봉 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12일 중국 공연을 취소하고 돌연 귀국했다. 중국과 북한 모두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가 간 외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촌극이다. 그만큼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외교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후폭풍을 예견한다.
첫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외교 리더십에 대한 손상이다. 북한 대표단을 초청한 당사자는 시 주석의 측근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다. 그는 지난 12년간 대외연락부장 자리를 지켜온 왕자루이(王家瑞·66) 전 부장 후임으로 지난달 25일 임명됐다. 시 주석은 대북 관계를 혈맹 등 특수 관계가 아닌 정상 국가 관계로 조정하기 위해 쑹을 발탁했다. 따라서 이번 모란봉 악단의 초청은 그 동안 냉각됐던 대북 관계 복원은 물론 양국의 정상적인 국가 관계 수립을 위한 출발점이었다. 공연 취소가 시 주석이 추구하는 미래 대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의 당 외교 리더십도 손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 대표단의 철수 소식에 다급한 쑹 부장은 12일 오후 당내 북한 관계 최고 베테랑인 왕 전 부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왕은 이날 오후 3시 북한 대표단이 묵었던 베이징(北京) 민쭈(民族)호텔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설득을 주문했지만 실패했다.
둘째 당분간 북중 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중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 해 12월 친중파인 장성택의 처형으로 양국 고위급 회담이 전면 중단되는 등 지금까지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식에 참석차 북한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 해빙 분위기로 돌아섰다. 일부에서는 내년 초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 가능성까지 내놓았다.
팡중잉(龐中英) 중산(中山)대학교 국제관계학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중국은 대북 외교에서 신뢰와 원칙을 잊어버렸다. 최악까지는 안 가겠지만 당분간 양국 관계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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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중국의 대북 전략적 가치론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서로 소통이 안 되고(不溝通) ^중국의 말을 듣지 않으며(不聽話)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不可測性) 국가로 의심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의 대북 ‘3불(三不)관’이 고착화하고 이는 향후 미·중 완충지대로서의 북한 가치론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돌발성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나면서 중국은 앞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보다 전략적 위험성을 더 우려하게 됐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대한반도 외교 3원칙을 내세워 북한의 도발 행위에 적극적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리카이성(李開盛) 후난(湖南)성 샹탄(湘潭)대 교수는 “북한의 공연 취소는 국가 간 외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중국의 대북한 ‘3불’에 대한 확신만 키웠다. 앞으로 중국 외교가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을 조정해 북한 변화를 위한 다양한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중앙일보] 모란봉악단, 베이징 공연 취소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