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산하 엽
계절 이 바뀌 었고 이제는 완연 한 봄 , 따뜻한 봄비 가 내리고 있었다 . 남자 는 창밖 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 갑자기 짐을 싸기 시작 했다 .
"어디 가요 ? "
저녁 식사 설거지 를 막 마친 후배 는 젖은 손 을 앞치마 에 아무 렇 게나 닦으며 물었다 .
"아 ...... 제주도 다녀 오려고 . "
"제주도 ? 갑자기 왜요 ? "
“ 그냥 두고 올 게 있어서 . "
제주도 , 미지 의 섬 . 사방 이 물로 둘러싸인 고립 된 곳 . 하나 외롭지 않은 곳 .
남자 는 가끔 제주도 를 찾곤 했다 . 그리고 홀로 찾아간 그 섬 에 시간 과 기억 을 묻어 두 고 돌아 왔다 . 그곳 이 외롭지 않은 이유 는 그가 두고 온 콰 거들 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기 때문 이리라
"거기 에 좋은 추억 같은 거 있어요 ? 밖에도 잘 안 나가던 사람 이 여행 을 다 가네 . "
후배 는 아직 덜 마른 손 을 털며 가볍게 말했다 . 아니 좋은 추억 이 있다 거나 기념 할 만한 무언가 가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런 기억 이 없는 곳 이기에 가는 것이다 . 추억 이 있는 곳 은 아름답게 남겨 둬야 지 기억 과 시간 이 뒤엉킨 구토 로 더럽혀 져선 안 된다 .
"장사 쇨 정도 있을 것 같아 길면 일주일 이 될 수도 있고 , 도착 하면 연락 이 잠 안 될 거 야 , 걱정 하지마 . "
후배 는 평소 보다 더 무거워 진 남자 의 공기 를 느꼈고 ,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
" 그래요 , 그럼 단이 는 나 한테 맡겨 요 . "
“ 부탁 하려 했는데 먼저 말해 주네 고마워 . "
그는 짐 가방 을 들고 공항 으로 향했다 . 어느새 비 는 그쳐 있었다 .
그 시각 , 여자 는 겨우 눈 을 뜨고 있었다 . 전날 취재 내용 을 정리 하다 밤 을 샌 탓 에 밤낮 이 뒤바뀐 것이다 . 밤 을 샌 열정 에도 원 고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 그녀 는 느릿 느릿 일어나 몸 을 씻고 늦은 하루 를 시작 했다 . 밤 열한 시까 지 원고 를 마무리 짓 겠다는 다짐 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았 지만 , 원고 는 당연히 목표 시간 보다 훨씬 늦게 마무리 됐다 . 일찍 마무리 하고 심야 영화 한 편 을 보겠다 는 그녀 의 계획 은 애초에 욕심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