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그런 세태에 대한 신선한 고발이 아니라, 우정어린 대화다. 자신 역시 그렇게 살아간다는. “도회적이지만 따뜻하고 잔인해보이지만 소프트하고 현실적이지만 몽환적인 영화를 그리면서 일상의 재미를 좇아가려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는 상반되는 요소들이 아무런 충돌없이, 아무런 갈등없이 공존한다. 윤주의 아내는 그를 비웃으면서도, 사랑받기를 원한다. 윤주는 아카데미의 속물성을 비판하면서도, 그 일원이 되고 싶어한다. 봉준호는 그 속물성과 이중성을 비웃으면서도,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건 요즘의 만화들에서 흔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일본만화만이 아니라 처럼 아이가 등장하는 한국만화에서도, 상반된 감정과 태도는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자연스럽게 나열된다. 그건 지금 막 세상을 만난 새로운 세대의 익숙한 리듬이고, 숨쉬는 방식이다. 바라보되 빠지지 않고, 파고들되 진지해지지 않는 것. 결정적인 순간에 숨을 고르고 한발 물러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