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은 한 모금밖에 피우지 못한 담배를 담벼락에 지져 껐다. 필터까지 다 타들어가 있어서 더이상 피울 것도 없었다. 백천은 놀란 표정도, 당황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저 살풋 미소짓고 있었다. 청명이 일어났다."내가 취하긴 했나보다. 새신랑한테 별 개소리를 다 하고."들어가자. 춥다. 백천은 가게에 돌아가려는 청명의 팔뚝을 붙잡았다."청명아.""아, 왜. 나 이제와서 뭐 해보자고 한 말 아니야. 동정 받고자 한 말도 아니고, 보답 받으려는 생각도 없어. 내가 좋아서 좋아했던 거니까. 그냥... 선배 진짜 결혼하고 나면 이런 고백도 범죄잖아.""고마워, 좋아해줘서."백천의 말에 청명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 청명이 크게 웃으며 백천의 코를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그럼. 당연히 고마워 해야지. 이 천하의 김청명이 10년 넘게 짝사랑 해줬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응? 청명이가 말이야. 어? 이거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아?""...""고마우면 결혼식이나 잘 해. 술 적당히 마시고 집 일찍 들어가. 새신랑은 신데렐라야. 알지?""응."그렇게 백천과 청명이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술집에서 나오던 조걸과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