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라면...... 김 형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라온이 방안을 둘러보는 동안, 어느새 영이 차를 내왔다.
“차도 직접 준비하십니까?”
“비밀공간에 아무나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영은 의미 심장한 말과 함께 찻잔을 건넸다.
“황공하옵니 다.”
왕세자가 친히 권하는 차였다.
임금께서 내려주시는 어사주 받은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그런데…… 나 이런 거 막 받아도 되나?
이거 마셨다간 급체할 거 같은데.
“마셔라.”
“네.” 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라온은 호록, 차를 마셨다.
잠시 후.
“맛있다.”
차의 첫맛은 썼다.
하지만 이어지는 뒷맛은 새벽이슬을 머금은 것처럼 달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 안에 고소한 잔향이 남았다.
영이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물었다. “어떠하냐?”
“후, 훌륭한 차라고 생각합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평생 두 번 다시맛보지 못할 호사스러운 맛이 분명했다.
영이 픽, 옅게 웃었다.
“차 말고.”
“하오면?”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도망치지 못할 거라고.”
“아, 그거 말씀입니까?”
“그래, 말해보아라. 이리 나와 마주한 감상 이 어떠하냐?”
“……설마 이런 식으로 권력을 이용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라온이 대답했다.
“왕세자인 것 또한 나다. 왕세자인 내가 권력을 이용한 것이 무에 잘못이냐?”
“고작 환관 하나 불러내자고 그 대단하신 권력을 사용하신 것입니까? 그야말로 권력 남용입니다.”
“왕세자쯤 되면 권력남용해도 된다.”
“훗.”
영의 뻔뻔한 대답에 라온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네가 이제야 웃는구나.”
“......”
아차!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라온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흘러간 웃음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
정신 차려, 홍라온 지금 눈앞에 있는 분은 네가 알던 화초서생이 아니야. 왕세자저하란 말이야. 예전처럼 속엣 말 툭툭 뱉고 웃었다간 언제 권력의 쓴맛을 보게 될지 모른 다고.
라온의 표정이 굳어버리는 것을 보고, 영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는 이내 라온을 부른 용건을 꺼냈다.
“이번에 너를 여기까지 부른 것은 특별이네게 명할 것이 있어 서다.”
“무엇입니까?”
“곧 청나라 사신들이 오는 것을 너도 알고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