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교복과 낡은 추리닝 몇 벌, 교과서가 전부다. 아, 교복도 필요 없겠구나.
고등학교 친구의 언니가 졸업을 하면서 버리려던 교복을 물려 입었다. 꽤 컸기 때문에 夏媛이 스스로 옷을 수선했다. 바느질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아서, 옷은 여기저기 실밥이 터져 나왔고 치마 모양도 이상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놀리는 친구들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좋은 친구들이다. 교복을 물려준 언니를 가진 친구조차도 주위 애들에게 그 교복이 자기 언니에게 물려받은 거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나, 좀 쓸쓸한 건가?’
낡은 가방에 추리닝을 개켜 넣으며 생각하니,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재미있는 일도 꽤 있었다. 친구 리코더가 사라져서 범인을 잡자며 까르르, 몰려다녔고, 두 번 정도 땡땡이 치고 파르페를 먹으러 가기도 했다.
‘나중에 애들한테 인사해야겠네.’
분명 서운하다고 난리들이겠지.
夏媛은 짐을 꾸리고 잠시 침대에 누웠다. 이 좁아터진 방에서 자는 것도 마지막이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한 방. 구석엔 곰팡이도 쓸었다. 몇 번이나 청소를 했지만, 워낙 눅눅한 곳이라서 곰팡이를 이길 수가 없었다.
삐걱거리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가족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아빠, 아빠. 나 이 가방, 내일 사러 가면 안 돼? 응?”
“그럴까? 내일은 아빠 쉬는 날이니까.”
아빠는 夏媛이 친딸이 아닐 거라고 의심했다. 엄마 소유였던 검도 도장에 젊은 사범이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