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온이 열린 동창 너머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아까 오다 보니 통명전 담벼락에 꽃을 심는 자들이 있더군.”
“통명전 담벼락에 꽃을 심는 자라면......?”
성 내관이 공주께서 뉘를 지칭하는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해 말끝을 흐릴 때였다.
두 사람의 곁에서 쥐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마종자가 성 내관의 귓전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무래도 불통내시들을 말씀하시는 듯하 옵니다. 그 자들에게 통명전 근처에 가을꽃을 심으라고 명을 내렸사옵니다."
“불통내시라면……!”
성적이나 행동거지나 소환내시들 중에서 도 가장 바닥인 골칫덩이들이 아니던가?
성 내관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공주마마. 그 아이들은 아직 제대로 수련도 받지 못한 소환내 시들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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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내관의 말에도 불구하고 명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힘쓰는 일에 수련 같은 것이 무에 필요하겠나."
“하오나… .. ..”
“나는 그 자들이면 되네."
명온은 ‘그 자들’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이쯤 하였으면 눈치 빠른 성 내관이 안 들어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성 내관이 난처한 얼굴로 양손을 비볐다.
“왜? 무어?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그것이.......”
“말해 보아. 뭐가 문젠 가?"
“그 자들은 이미 다른 분께서 따로이 시키실 있다 하시어.......”
성 내관은 지문이 닳도록 양손을 비비며 명온의 눈치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