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홍 라온.”
병연은 라온의 어깨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단희야, 조금만 기다려 ......., 어머니, 어떻게든 보러 갈 테니, 조금 만 ..... 기다리세요. "
라온이 낮게 잠꼬대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병연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뭐야? 장원하겠다며 큰소리치더니, 그새 잠든 거야?”
피곤하기도 할 터였다. 이 작은 몸으로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종종걸음 쳤으니. 어디 그뿐일까? 요즘은 잠자기 직전까지 책과 씨름하고 있었다. 병연은 요 며칠 라온이 공부 하던 책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돌연 세필 붓을 집어 들었다. 예전엔 붓이 제 팔과 같았는데, 이젠 전혀 생소한 것처럼 어색하기만 했다. 병연은 고개를 돌려 잠든 라온의 얼굴을 보았다. 무슨 꿈을 꾸는지, 라온이 해사하게 웃었다. 아마 꿈속에서 그리운 가족들과 재회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병연은 풀썩 웃고 말았다.
이 작은 녀석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리도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 까짓 것이 뭐라고 이리 연연해하는 것일까.
이윽고, 결심을 굳힌 병연이 들고 있던 세필 붓을 거침없이 놀리기 시 작했다. 라온이 작은 머리를 굴리며 그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애쓰던 공자님의 말씀이 단숨에 이해하기 쉽게 풀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