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자 l 김혜자 (72세 4차원 독거 소녀)
"까짓것, 나도 혼자 살 수 있어요"
수줍고 조신하고, 밝은 성격이었지만, 6개월 전 남편이 죽고 나서 갑자기 사는 게 두려워졌다. 모두가 제 자신을 쓸모 없고, 우중충하며 불쌍한 과부 노친네로만 보는 것 같아 주눅이 든다. 전문대를 다니다, 덜컥 임신해 결혼하여 삼형제를 두었다.. 어릴 때 세상을 뜬 자식 하나만 빼면 그녀의 삶은 무난했다.
그렇게 큰 걱정 없이 산 그녀에게 일생일대 위기가 찾아온다. 남편이 죽고, 장례식장에서 아들 셋과 며느리, 손자들까지 모여 울며불며 하는 얘길 들었는데, 내용이 가관이다.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어야 하는데.. 이제 암 것도 모르는 울어머니 혼자 어찌 살으실까..’ 이후, 서로 자기가 모신다는 감동적인 긴 토론이 이어졌지만, 그녀의 머리 속은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어야 하는데’ 라는 말만 맴돌 뿐이었다.
그리고 제 인생을 돌아보니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녀는 다짐했다. 혼자 살리라! ‘배워서 살면 되지! 니 엄마 바보 아냐!’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혼자 살아보니 정말 제 자신이 할 줄 아는 게 없다. 이것저것 배워도 보지만 하는 것마다 재미가 없다.
근데, 요즘 앞에 이층집 총각이 자꾸 자신을 훔쳐 보는 것 같아 친구 정아에게 말하니 늙은 여자 볼 게 뭐 있냐 한다. ‘ 너 좀 이상해!’ 한다. 내가 이상하다고? 그래, 그럼 내가 이상하지 않단 걸 증명해주지! 그녀는 정신과를 찾는다. 근데 의사 말이 망상성치매기가 있단다. 웃기지도 않은데 웃으며 별 일 없는 듯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치매는 결국엔 진행되리라, 그럼 어쩌지? 생각할수록 그녀는, 제 인생을 외면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