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웠는지 모를 거다. 창피해서 정하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더라."
"......"
"뭐, 쪽팔리는 말이지만...... 그땐 밤이기도 하고, 굉장히 감정적이 돼서 정하를 끌어안고 웃다가 조금 울기도 했어. 그리고 정하한테 말했지."
※
"나도 네가 훨씬 더 소중해. 내가 잠깐 어떻게 됐었나 보다."
나는 그날, 진심으로 정하에게 부탁했다.
영현이를 행복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둘 다 아주 많이 행복해지라고.
"난 잘 생겼잖냐. 좋은 여자가 나타나겠지."
나와 정하의 사이는 전처럼, 아니 전보다 더 견고해졌다.
하지만 웃기게도, 내가 방황을 끝내니 이번엔 영현이가 우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志云아, 요새 영현이한테 뭐 들은 말 좀 없냐?"
내 질문에 志云이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뭘 들어?"
"아니, 뭐, 영현이가 나도 그렇고, 정하도 그렇고 좀 피하는 것 같아서. 너랑은 아직도 잘 만나지?"
"만나긴 하는데......"
"그런데?"
志云이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날 응시했다.
내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志云이 녀석은 정말 잘 생겼다.
화려한 내 얼굴과는 달리, 약간은 차가워 보이는 志云이는 때때로 그림처럼 느껴졌다.
감정이 없는, 아름답기만 한 그림.
"형은...... 영현이 누나가 형한테 사귀자고 하면 어쩔 거야?"
그때의 난 바보라서, 志云이의 질문을 왜곡해서 들었다.
"뭐야? 영현이가 너 좋대?"
내 질문에 志云이는 쓰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