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서 어떤 사람에게 정말 큰 죄를 짓게 되면 다음 생에 그 사람의 부모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자식들은 부모에게 그 어떤 중한 죄를 가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으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항상 부모의 부재를 깨달은 후에야 막대한 후회와 아픔으로 다가온다. 특히 우리가 정말 많은 죄를 짓고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엄마 앞에서 가장 큰 죄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바로 엄마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게 위대한 엄마는 자식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우리에게 조건없는 사랑만을 베푼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책감에 가슴을 후벼 팠던 부분은 작가인 큰 딸이 엄마가 없어진 것을 안 후 엄마의 부재를 느끼며 ‘엄마는 힘이 세다고, 엄마는 무엇이든 거칠 게 없으며 엄마는 이 도시에서 네가 무언가에 좌절을 겪을 때 마다 수화기 저편에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부분이 였다. 나 또한 항상 무언가에 지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엄마한테 전화해서 내 분을 다 풀고 전화를 끊어 버리기 일쑤다. 그러다 가끔 엄마가 왜 엄마한테 트집이냐며 되물을 때마다 엄마는 엄마가 돼서 그것도 이해해주지 못하냐고 쏘아 붙이곤 했는데 그 때마다 우리 엄마의 마음 또한 이 소설에서의 ‘엄마’처럼 냉동실에 머리를 박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아픈 상처였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여기서의 ‘엄마’는 ‘박소녀’ 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는 정말 촌스러운 이름임은 물론이거니와 ‘엄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또한 내가 엄마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라는 것을 잊고 내가 원하는, 나에게 내리 사랑을 줄 수 있는 엄마만을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큰 아들이 이사했을 때 담벼락에 장미를 심을 정도로, 문풍지를 바를 때 마다 단풍나무 잎을 무늬로 새겨 넣을 정도로 소녀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지만 고된 집안일과 역마살로 인해 집안에 붙어있지 않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경제적인 능력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여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소한 행복까지도 포기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