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이 씩씩하게 웃어보였다.
“미안하구나”
여식을 바라보는 최 씨의 얼굴에 죄책감이 서렸다.
모든 것이 자신의 업보였다.
지그시 눈을 감는 그녀의 뇌리에 남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남편의 넉넉했던 웃음과 세상의 모든 풍파 에서 자신을 지켜줄 것 같았던 단단한 가슴이 떠올랐다.
최 씨는 서둘러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지금의 자신을 보면 남편은 뭐라고 했을까?
라온을 사내로 자라게 했던 자신의 선택이 과연 잘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 찰나의 선택이 여식의 운명을 비틀고 발목을 잡고 있는 듯했다.
저리 어여쁜 것이 일평생 거짓 사내노릇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 다.
“울지 마세요, 어머니.”
라온은 어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 며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안 울게. 울지 않으마.”
서둘러 눈물 자국을 지워낸 최 씨가 여식 을 따라 힘겹게 웃음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