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있는 동생을 만나고 돌아서는 길. 그간 재수 없는 자신 때문에 동생을 다치게 했다고 생각해왔던 보늬는 동생을 본 감격에 젖어 있다. 죄책감 속에 살다 홀연 그 죄책감의 한 꺼풀을 벗겨내게 된 보늬. 감정 연기가 중요한 신이다. 인생에서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이 찾아와 벅차오르면서도 서럽고, 기쁘면서도 슬픈 이 복잡미묘한 상황에 빠진 보늬의 감정을 황정음은 단편적으로 연기하고 있다. 몸이 떨릴 정도의 감격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대체했고, 웃으면서 우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지나쳐버리고 만다.
여기에 상대 배우의 호흡에 있어서도 가변적인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기 보다 외운 그대로만 연기하는 모습을 번번이 보여주고 있다. 상대방의 리액션이 아직 다가오지 않았는데도 이미 자신의 대사를 끝내버린다거나 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