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말을 거는 같은 반 아이인 줄 알았다. 그 다음은 말 거는 횟수가 잦아지길래 친구라고 치부해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현식은 창섭과 몸을 섞고 있었다. 고등학생 신분에 남자 섹스파트너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현식에게는 그리 충격적인 사실은 아니었다.
현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요망한 썅년이 자꾸 튕겼다. 여자 맛을 한 번 보더니 현식에게 정상인인 척을 하기 시작했다. 현식은 그닥 자비로운 사람이 못 되었고, 교실 한복판에서 창섭을 끌어내려 깔고앉았다. 눈치를 보고 학생들이 모두 나갔을 때 바로 삽입을 시도했다. 현식은 황홀해서 정신을 놓을 뻔 했지만 창섭은 너무 아파서 정신을 놓을 뻔 했다. 정액보다 피가 더 짙었던 그 섹스는 그 날로 끝나지 않았다.
현식은 창섭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선포했다. 창섭의 곁에는 여자도 남자도 아무도 없었다. 도망가려고 버둥거려봤자 짝이 현식의 눈이었고 반장이 현식의 손이었다. 현식의 한 마디에 창섭은 창고나 옥상 같은 곳에 가둬져야 했다. 혹은 손발과 몸이 아주 꽁꽁 묶여있기도 했다. 창섭은 그 생활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했지만 쉽사리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리석은 현식은 그게 창섭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여겼다.
창섭을 잡은 손을 그대로 놔버렸다. 바닥에 철퍼덕하고 주저앉은 창섭이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현식은 창섭의 머리를 짓밟았다. 창섭의 손이 벌써부터 벌벌 떨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둘 사이에서 애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폭행이 자리잡았다. 현식이 밟은 창섭의 얇은 발목에서 꽤 큰 소리가 났다. 자꾸만 벗어나려는 창섭이 거슬렸다. 현식은 창섭의 목에 달랑거리는 넥타이를 빼서 손목을 묶었다. 창섭의 다리를 크게 벌리고 그 허벅지 위를 깔고 앉았다.
듣기 싫고,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창섭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현식은 별 동요없이 제 바지를 벗었다. 창섭의 와이셔츠도 벗겨서 손목까지 끌어올린 뒤에 창섭의 머리채를 잡고 사타구니 쪽으로 끌었다. 머리를 잡은 손에 단단한 힘이 들어가자 창섭이 입을 열어 스스로 현식의 성기를 머금었다. 까끌한 털과 근육진 다리가 말랑말랑한 하얀 배에 닿았다. 맞닿은 살갗이 꽤 부드러워서 현식이 살살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창섭은 눈을 크게 뜨고 위로 치켜떴다.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 눈빛이 꼭 그 다음을 바라는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 남학생의 욕은 정도가 있다거나 어느정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럽고 거칠었다. 현식은 허리를 천천히 돌리면서 저급한 욕설을 뱉었다.
창섭이 굼뜨고 힘겨운 신음을 삼켜냈다. 몸을 일으킨 현식이 창섭을 발로 마구 찰 때가 되어서야 창섭은 정액을 삼켰다. 그 목의 곡선을 보자마자 현식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창섭을 뒤집거나 엎지 않고 바르게 눕힌 상태에서 바지와 속옷을 벗겼다. 영문을 모르는 창섭이 묻자, 또 욕설이 날라왔다. 창섭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차피 당할 거 방식이 큰 상관이겠는가.
창섭의 허리 부근이 특히 떨렸다. 목에서 걸린 비명은 신음이 되었다. 아무리 들어도 고통에 찬 신음인데 현식은 창섭을 기쁘게 한다거나 느끼게 하고싶지 않았다. 스팟을 애써 찾은 적도 없었다. 걸리면 걸리는 거고, 말면 마는 거다. 이번에는 운이 꽤 좋았는지 창섭이 목을 젖혔다. 삽입을 한 이상 둘은 하나였다. 현식이 허리를 한 번 흔들자 창섭이 크게 휘청이며 흔들렸다. 오랜만에 섹스다운 모습에 현식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창섭은 풀린 눈으로 헐떡대고 있었다. 막상 그 얼굴을 보니 현식은 생각이 바뀌었다. 창섭은 고통으로 일그러질 때가 더 아름다웠다.
창섭의 입에서는 다시 비명이 튀어나왔다. 현식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영악한 사이코처럼 씩 웃었다. 몇 번 더 움직이자 창섭이 발을 버둥거리며 바닥을 찼다. 현식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창섭은 한없이 가벼운 마찰음이 싫었고, 제 몸에 들어온 이질적인 것도 싫었다. 예상하지 못하는 곳만 찌르며 고통을 안겨주었다. 버티자는 생각조차 무너졌다. 창섭은 현식이 너무 무서웠다. 일정하지만 견디기에는 빠른 박자로 현식이 허릿짓을 해댔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손을 휘젓다가 현식의 양팔을 잡았다. 애원이라도 하려는데 현식이 무서운 표정으로 창섭을 뿌리쳤다.
아래가 화끈하고도 아팠다. 현식이 예사롭지 않았다. 창섭은 본능적으로, 그리고 이미 몸에 익은대로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창섭의 안에 뜨듯한 것이 세차게 차올랐다. 다시 빠졌다가 들어오는 큰 크기의 성기에 창섭은 눈을 질끈 감았다. 죽고 싶었다.
현식은 머리를 털며 창섭의 침대로 왔다. 현식이 내려다본 창섭은 여전히 끙끙거리며 뒤척이고 있었다. 다섯 번은 할 생각이었는데 도중에 창섭이 기절하고 말았다. 거칠게 흔들고 뺨을 때려 깨웠지만 얼마가지 않아 창섭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 다음은 현식도 창섭을 놓아주었다.
현식은 아무 말없이 손을 들어 창섭의 뺨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