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몸이 부서질 필요는 없네."
“하하, 그렇사옵니까? 하오시면 말씀해보 시옵소서, 마마, 무슨 명이시옵니까? 소인,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겠사옵니다.”
“내 전각에 힘쓸 자들이 필요하네.”
“힘쓸 자들이라 하심은.......”
“오래 병석에 누워있다 일어난 탓인지, 우 중충한 것이 싫어. 전각의 세간을 좀 더 화사한 것으로 바꾸고 싶네. 그러니 내시부의 아이들을 몇 명 보내주게나.”
“아하, 그런 말씀이옵니까? 여부가 있겠나이까. 소인, 곧 쓸 만한 아이들로 추려 보경 당으로 보내겠나이다."
“이런 일에 굳이 사람을 추릴 필요까지 있겠는가? 오는 길에 보아하니 적당한 자들이 눈에 띄더군.”
“어떤 자들이옵니까?"
명온이 열린 동창 너머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아까 오다 보니 통명전 담벼락에 꽃을 심는 자들이 있더군.”
“통명전 담벼락에 꽃을 심는 자라면......?”
성 내관이 공주께서 뉘를 지칭하는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해 말끝을 흐릴 때였다.
두 사람의 곁에서 쥐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마종자가 성 내관의 귓전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무래도 불통내시들을 말씀하시는 듯하 옵니다. 그 자들에게 통명전 근처에 가을꽃을 심으라고 명을 내렸사옵니다."
“불통내시라면……!”
성적이나 행동거지나 소환내시들 중에서 도 가장 바닥인 골칫덩이들이 아니던가?
성 내관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공주마마. 그 아이들은 아직 제대로 수련도 받지 못한 소환내 시들이옵니다.”
88%
성 내관의 말에도 불구하고 명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힘쓰는 일에 수련 같은 것이 무에 필요하겠나."
“하오나… .. ..”
“나는 그 자들이면 되네."
명온은 ‘그 자들’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이쯤 하였으면 눈치 빠른 성 내관이 안 들어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성 내관이 난처한 얼굴로 양손을 비볐다.
“왜? 무어?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그것이.......”
“말해 보아. 뭐가 문젠 가?"
“그 자들은 이미 다른 분께서 따로이 시키실 있다 하시어.......”
성 내관은 지문이 닳도록 양손을 비비며 명온의 눈치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