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필모그래피이긴 하지만, 그 동안 윤시윤은 강박적일 정도로 반듯하고 도덕적인 캐릭터를 선택해 왔다. 대체적으로 사람을 잘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두 갈래의 길이 있을 때는 쉬운 길 보다는 옳은 길을 선택하는 인물들 말이다. 이러한 선택은 그의 고집이었을까? “앞으로 하게 될 모든 작품들이 내 가족한테 보여줬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길 바래요. 그게 악역이든, 어두움에 관한 것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 안에 인간의 아름다움이 있는 작품이요. 단순히 휴먼 드라마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는, 인간의 도구가 되어버린 작품에 출연한다면 부끄러울 거에요. 오로지 잔인하기 위해서 사람을 사용한다든지, 이슈가 되기 위해서 사람을 사용한다든지, 그런 것 싫어요. 사람 자체가 예쁘잖아요. 그리고 제 연기로 인해서 누군가가 나쁜 마음 먹는 것, 참 싫어요. 를 할 때도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한테 전화 한통 하는 게 바램이었고, 은 서른 살이든, 마흔 살이든, 사랑에 실패해 본 사람들이 어린 아이처럼 꿈꾸길 바랬어요. 나이 먹으니까 다 그게 그거더라, 가 아니라 다시 설레였으면 했어요. 그래서 이지아씨랑 더 유치하고 예뻐 보이게 찍자, 그래야 이 사랑이 아름다워지고 당위성이 생긴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나 정작 인간을 성장시키는 건 동화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 보다는 비극에 가까운 경험들인지도 모른다. “저도 고통이 사람을 가장 성장시킨다는 데 동의해요. 어릴 적에는 시간이 흐르는 것 만으로 성장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니까 어떤 경험들로 인해서 단계적으로 성장 하는 것 같아요. 그 중 일등은 당연히 사랑이죠. 누군가를 사랑하면 나를 돌아 보게 되고, 너무 싫은 나의 모습을 알게 되고…근데요, 저는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즐거운 추억이나 동화 같은 마음이 없으면 고통 속에서 사람이 이기적으로 변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