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담배꽁초투성이의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데 도도하게 스쳐지나가는 파리지엥들과는 상반된, 헝그리해 보이는 이태리 청년 두 명이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나는 불어가 안 되고 그들은 영어가 안 되는 난처한 상황. 영문도 모른 채 일단 다독여주고는 자신들이 가고있던 레스토랑으로 나를 데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꼬깃꼬깃한 뷔페 티켓을 가지고 있었다.) 티켓이 없는 나는 당연히 입장불가. 그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한 명은 나와 함께 밖에 서 있고 나머지 한 명은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색하게 길 위에 서 있기가 뭐해서 이제 괜찮으니 가보겠다는 의사를 열심히 전달하고 있는데, 먼저 들어갔던 사람이 양 손에 샌드위치며 바나나, 요거트를 들고 나오는 걸 보고 또 눈물이 터졌다. 자기들은 번갈아서 빨리 식사 마치고 나 먹이겠다고 이것저것 챙겨 나온 거. 샌드위치를 들고 눈물만 뚝뚝 흘리니까 No tear 몽쥬 몽쥬하면서 먹으라고 도닥여주고, 내가 들고있던 물통을 가져가 물도 채워줬다. 그렇게 뚝 그치고 맛있게 먹는거 보고, 이래저래 웃겨주면서 웃는 것도 보고. 광장에 함께 앉아있다가 완전히 괜찮아진걸 확인하고, 호스텔가는 메트로까지 태워주고나서야 작별인사를 했다. 자기들은 담배 살 돈도 없어서 꾸깃꾸깃 말아 피면서 생면부지인 내 밥에 가는 길까지 챙겨주고...오르세고 개선문이고 다 공쳤지만 완전한 호의에 기분은 조금씩 회복됐다. 점점 모르는 사람 따라가기 왕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