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거든요. 또리라고 해야지. 눈이 똘망똘망하니까.”
또리에게 “내일 또 올게.”하고 동물병원을 나왔다. 서우는 머리 뒤로 손을 깍지 끼고 걸으며 투덜거렸다.
“아, 夏媛이 정말 멋있었는데. 형 같은 바람둥이한텐 너무 아까워.”
“그래서? 형수님을 뺏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겠다는 거냐?”
“흥. 있지, 夏媛아. 형이 개똥같은 짓을 저지르면 나한테 말해. 내가 거침없이 뺏어줄 테니까.”
“아주 우애가 돈독하네.”
“질척질척한 우애지.”
집으로 돌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으로 올라갔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그 때까지 志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얼굴 맞대봐야 좋은 일도 없을 테니까.
방으로 들어와, 아껴두고 있던 욕실 문을 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열었건만 욕실의 화려함과 광활함엔 할 말을 잃었다. 커다란 욕조와 샤워부스. 욕조가 없는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신나서 욕조에 물을 받았다. 수납장에는 반신욕을 할 때 사용할 아로마 오일과 목욕 소금들이 종류별로 들어 있었다.
첨벙, 몸을 담갔다. 따뜻한 물이 온몸을 휘감았다.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목욕탕 가본 지도 꽤 오래 됐구나.
생각보다 다들 친절해서 다행이다. 志云과 부딪치지만 않으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민의 연인으로 있는 이상 부딪칠 수밖에 없겠지. 부딪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