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는?"
당연히 옆에 있어야 할 정하가 보이지 않았다.
영현이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젖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영현아?"
"오빠, 나......"
영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우산을 옆으로 떨어뜨리고 나에게 안겨왔다.
"오빠를 좋아해."
백묘 - 灰姑娘와 네명의 기사2
" 밀어내야 했어."
현민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나는 영현이를 밀어내야 했지. 알고 있었어.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손이 멋대로 움직여서 영현이의 허리를 끌어안았어.
미쳤던 거지. 내 몸이. 내 마음이."
"......"
"나는 영현이를 사랑했어. 어릴 적부터 내 눈에 들어온 여자는 영현이 한 명이었지.
내 소중한 정하가 영현이를 사랑하니까고백조차 하지 못했지만. 두사람의 행복을 위해 내 마음을 접어뒀지만......
내 마음은 그런 내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나봐.
영현이가 날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순간, 꾹꾹 눌러서 넣어놨던 마음이 터질듯이 튀어나오더라. 나는 영현이를 보냈어야 했어.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 영현이를 하늘 집 안으로 불러들였지."
"......"
"영현이는 나한테 자기 진심을 얘기했어.
사실은 날 좋아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