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와 ‘아가씨’ 사이 몇 년 동안 한국영화의 작업환경이 많이 바뀌었더라. 예상했던 스케줄을 넘어가면 예산이 많이 높아지는 거다. 한 회 비용 자체도 높아졌고..그래서 촬영횟수를 최대한 적게 잡고, 초과하지 않도록 감독에게 요구하더라. 물론 미국에 비하면 촬영횟수를 많이 받은 셈이다. 미국에서 ‘아가씨’ 정도의 규모라면 50~55회를 넘지 않을 텐데 그래도 68회를 받았다. 하하.”
이어 빨라진 작업 속도를 장점으로 꼽으면서도 “나도 비교적 잘 적응한 게 다행이지만, 순수 예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쉽다. 세계 어떤 감독이라도 촬영횟수를 보다 많이 받고 싶어 할 거다. 한 번 찍은 뒤 다시 돌이켜봤을 때 잘못 찍은 거 같으면 다시 한 번 찍을 수도 있고, 날씨에 따라서도 일관적 톤을 유지하기 어려우니 기다려 찍을 수도 있고, 배우들과 토론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걸 못하는 거다. ‘박쥐’ 때는 배우들과 협업의 즐거움을 만끽했는데 이번에도 있긴 있었지만 그때만큼은 없어서 아쉽다”고 솔직히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