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이 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겨울에는 냄새가 있잖아요
바람에 그 냄새가 묻어나는데 오늘은 확실히 맡았어요
이맘쯤에는 억새가 아름다워 조용히 억새를 보고 왔답니다
그 얇디얇은 몸이 이리저리 쓸려도 꺾이지가 않더라고요. 꽤 멋졌어요. 그리고 커피 먹을까 하다 헤이즐넛을 사먹었는데 물에 초코가루를 슬쩍 탄 듯한 맛이 났어요.. (차라리 핫초코를 시킬 걸..)
그래도 낯선 헤이즐넛에 혀가 당연한 듯 데이고 바람이 칼같아도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음악은 듣다 안 듣다 했습니다. 가끔은 사람들 도란도란 말소리가 그 어떤 멋진 가사보다 더 멋지게 들리잖아요. 웨딩사진을 찍는 부부들도 있었는데 추워도 춥지가 않아보였어요. 그냥 제 생각이겠죠? 그래도 억새밭만큼이나 신랑신부도 참 예뻤습니다.
10월은 올 들어 어느 달보다도 치열하고 신속하게 지나갔네요. 컴백 3주가 지났는데 언젠가 싶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우리도. 11월과 연말에도 많은 일들이 있겠죠. 그리고 있었죠 하면서 얘기하겠죠. 이렇게 예쁜 억새들을 보며 쉬다가도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일터가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ㅡ우리는 일과 일상을 잘 분리하지 못하며 살고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 그런 말을 제게 해주었습니다. 일과 일상의 분리. 일할 땐 마음속의 파리와 지중해와 억새밭을 상상하며 감사하면서. 일상과 휴식 때는 돌아갈 내가 숨쉴 나를 확인할 일터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ㅡ 당신은 어떤지요. 어떻게 살고 있나요.
나는 어떻게 사는지 나에게도 질문해보면서, 한창 믹스테잎을 그 음표들을 틈틈이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으레 그렇듯 더디다가 신속하다가 합니다만은, 이렇게 하나하나 하다보면 나오겠죠? 어떤 음악을 어떤 얘기를 해야하나, 고민이 많아요. 뭐 늘 그랬지만 ㅋㅋㅋ
겨울은 몸은 딱딱하게 머리는 느슨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요. 춥다고 움츠려다니면 건강과 자세에 좋지 않으니 항상 목과 어깨를 따뜻히 해주세요. 멋진 폴라티들과 목도리를 항시 가까이 하시기를 당부해봅니다. 히터는 조금만 켜시고.. 붓습니다. ㅋㅋㅋ
학교도 회사도. 힘들지만 마음속의 파리와 억새밭과 그리고 다시 일터를 생각해보면서 힘내봐요 우리! 누군가는 기다리던 누군가는 두려워하던 겨울이네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시간은 느릿빠릇 빠릇느릿 지나가고, 아무튼 우리는 살아있네요. 항상항상. 기도합니다. 제 마음이 그대에게 가 닿기를. 그리고 제게 억새처럼 손 흔들어주기를. 기도해봅니다. 이번 겨울도 잘 부탁해요.
P.S. 트윗이랑 다른 사진이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