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떤 반응을 얻기를 바라나요? “역시 진구다”라는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원하나요, 아니면 높은 시청률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죠. 당연한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힘든 건 그 욕심을 지우는 과정이죠. 스스로에게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자신에게 기대를 하면 안 되나요?
부담스럽잖아요. 그리고 혹시나 잘못되면 제 탓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하면 다음 작품을 할 때나 앞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들어요.
스스로 균형을 잘 잡는군요.
최대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해요. 주위에서 “잘될 거야. 대박이야!” 하면 “꺼져. 부담스러우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라고 말해요. 하하. 내 편이니까 칭찬만 해주잖아요.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알려졌어요. 농구는 거의 마니아 수준이라는데, 최근에 새로 시작한 스포츠가 있나요?
클라이밍을 시작했어요. 최근 새로운 것에 도전해 만족스럽고 신났던 유일한 일이에요. 클라이밍은 짧은 시간에 모든 게 정리돼요. 우선 오를 곳이 보여요. 오늘은 여기서 출발해 저기까지만 오르면 되는 거죠. 그러다가 물론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끝까지 오르고 나면 성취감이 대단해요. 바쁜 사람들에겐 굉장히 좋은 스포츠예요. 짧은 시간 안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생각해보면 살면서 성취감을 느낄 일이 그리 많지 않단 생각도 들어요.
그렇죠. 시청률이 40%가 넘었는데, 만약 우리가 목표를 40%로 잡았다면 성취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목표는 아니었거든요. 그건 그냥 깜짝 선물을 받은 거죠. 저는 작품을 할 때 시청률을 목표로 하진 않아요. 그러니까 작품이 잘됐다고 해서 성취감을 느끼지 않죠.
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 지정석인 1층 10열에 앉는 것이 목표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무엇이 목표인가요?
잘 살자, 잘 죽자!
에이, 재미없는데요.
하하. 진짜예요. 이미 저는 결승선을 통과했거든요. 목표를 이뤘어요.
어느 시점에요?
아마 영화 이후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그 작품을 한 뒤 저에 대한 이미지나 기대치가 달라졌거든요.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으로 데뷔했을 때 이미 꿈을 이룬 셈이에요. 그 후 좀 더 안정적이고 앞날에 대한 걱정 없이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출연을 계기로 이루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 쉬엄쉬엄 걷고 있어요.
배우는 불안정한 직업이잖아요. 이번 작품이 잘돼도 다음은 또 모르는 거고. 그럼에도 걱정 없이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건가요?
네. 전력 질주를 하지 않으면, 항상 에너지가 남아 있어요. 그래서 언젠가 무너져도 다시 올라갈 수 있죠. 그럴 힘이 아직 있으니까. 그러니까 쉬엄쉬엄 걷는 것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