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그렇지 뭐 , 그래도 다 끝냈 으니까 . '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 하느라 굳은 몸 을 일으켰다 그리고 카디건 을 걸치고 휴대폰 과 이어폰 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여자 는 한강 으로 발걸음 을 옮기며 이어폰 을 귀에 꽂았다 실로 오랜만 의 밤 산책 . 여자 는 크게 숨 을 들이 쉬었다 . 촉촉 하게 젖은 기분 좋은 봄 의 밤공기 가 그녀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
마지막 비행기 로 제주도 에 도착한 남자 그곳 은 날씨 가 맑 았다 . 곧바로 차 를 한 대 빌렸 고 남자 는 애월 의 밤 바다 를 보기 위해 운전 중이 었다 . 오랜만에 잡아 보는 운전대 였다 . 몇 년 동안 조수석 에 익숙해 져 있던 몸 은 살짝 어색 했다 . 여행 의 동반자 도 없고 쫓아 갈 계획 도 없었 으니 남자 는 천천히 차 를 몰 았다 늦은 시간 텅 빈 도로 남자 는 괜히 서늘 한 기분 이 들어 음악 이라도 들을 생각 에 라디오 를 켰다 . 평소 듣는 프로그램 도 없었기 에 잡혀 있는 주파수 그대로 볼륨 을 높였다 .
넌 젖을 수록 투명 하지는 꽃 우리 사이 흰 꽃잎 이 후회 로 촉촉 해져 가 투명 하지만 사라 지진 않아
보이지 않을 땐 아프지 라도 않던데
시 를 낭송 해 주는 프로 인가 했다 . 고요 가 두려워 튼 라디오 였기 때문에 시끌 벅적 하지 만 않다면 뭐라도 괜찮겠다 싶어 남자 는 채널 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
같은 시간 , 서울 . 따뜻한 봄 난씨 때문 인지 늦은 시간 이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 이 한강 에 나와 있었다 . 여 자는 산책로 를 따라 걷다 벤치 에 앉았다 . 언젠가 부터 이 시간 이면 괭겨 듣게 된 그의 라디오 와 함께 봄 의 밤공기 를 느끼고 있었다 .
'산하엽' 이라는 꽃 이 있습니다 . 자그 맣고 하얀 꽃 인데 아슬 이나 비 에 촉촉 이 젖 으면 꽃잎 이 투명 해 진다고 해요 신기 하죠 ? 얼마 전에 우리 인생 을 꽃 으로 표현해 달라는 사연 이 와서 이쁜 꽃 멋진 꽃 뤼 가 있나 찾아 보다 가 알게 된 꿈 같은 꽃 입니다 .
'정말 꿈 같은 꽃 이네 . 투명 해지는 꽃잎 이라니 . '
그녀 는 그의 목소리 에 귀 를 기울 었다 .
우리 인생 엔 보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눈 에 보이진 않지만 향상 함꼐 하는 것도 있죠 . 이 꽃 의 꽃잎 처럼요 .
그녀 는 문득 그가 떠올랐다 . 하지만 이전 처럼 가슴 쥐어 짜는 듯한 통증 은 없었다 . 이젠 가끔 이렇게 그를 떠올려 도 버틸 만했다 . 그저 먹먹함 , 답답함 이 전부 였다 그녀 는 갑자 기 궁금 해졌다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
남자 는 밤 을 가로 질러 애월 에 도착 했다 , 바다 가 정면 으로 보이는 꼿 에 주차 를 하고 볼 최대한 높인 채 라디오 를 듣고 있었다 . 검은 바다 가 일렁 이고 있었다 .
'나는 널 피할 수 없어 ...... 사랑 이 식어 헤어진 자금 도 넌 나와 함께 있지 , 그래서 여 기에 온 거야 ...... '
남자 에게 제주도 는 비밀 을 두고 오는 곳 이다 . 그는 그녀 와 함께한 5 년 간의 기억 을 바 다 에 담가 두기 위해 이 멀리 까지 달려 왔다 . 혹시나 기억 을 되 찾을 욕심 으로 이 섬 을 다시 찾는 대도 버려둔 기억 은 이미 파도 에 부서져 다시 는 온전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 그래도 그 시간 과 기억 들은 이 섬 어딘가 모래 속 어딘가 조각 이 되어 남을 테니 , 가끔 씩 그녀 를 떠올리고 싶다면 이곳 을 찾겠 지
그는 갑자기 궁금 해졌다 . 그녀 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