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의 작업실에선 잔잔한 발라드 풍의 반주가 흘렀다. 작사한 것을 파일로 옮기는 듯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가 그 반주에 섞여 잘 어울렸다. 종현이 이내 만족스럽게 웃으며, 화면을 껐다. 곧 진기가 자신의 노래를 받으러 올 것이다.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낸 종현이 의자를 빙글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사실 자신의 작업실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아주 혐오하는 종현이었지만, 이상하게 진기는 반가웠다. 그래서인지 늘 먼저 초대하게 되었다. 오렌지 주스를 홀짝거리며 만들어낸 곡을 들을 때마다 오오-거리는 진기의 모습도 좋았다.
진기는 데뷔한지 얼마 안된 가수였다. 어느날 갑자기 데뷔해 쫀득한 목소리로 녹음된 발라드 음악을 가지고 오더니, 음악 차트를 전부 점령한 뒤 사라졌다. 2년이 넘는 공백기간 동안 진기가 한 일이라곤, 종현의 작업실을 들락거린 것과 단 두번, 라디오에 (전화 연결로 아주 짧게 목소리만 들렸다.) 나온 것 뿐이었다. 하지만 종현을 통해 많은 가수들과 접촉하게 된 진기는 지인들의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사진이 올라가면서 컴백 일정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