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못할 줄 알았어요.” 오랜만의 드라마, 참으로 겁이 없었다고 했다. “매일 매일 도망치고 싶었죠. 대사는 또 어찌나 많은지. 못 외울줄 알았어요.”
끝나면 후련할 것 같았지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막상 끝내놓고 나니까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보다 현장에서 배우, 스태프들과 즐거웠던 시간이 훨씬 더 크더라고요.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끝나면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뒤돌아서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잘 끝낸 것 같아요.”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지난 29일 오후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얼마 전 종영한 tvN ‘굿와이프’의 김혜경, 배우 전도연을 만났다.
전도연은 ‘굿와이프’에서 가세를 살리기 위해 가정주부에서 변호사로 복귀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김혜경을 맡았다. 남편 태준(유지태)과 직장 동료 중원(윤계상)의 사랑을 모두 받은 한 여자이기도 했다. “끝나고 나니 허전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쉬웠던 게 컸어요. 김혜경이 참 사랑을 많이 받았더라고요.”
받았던 사랑만큼이나 김혜경으로서 주고 싶은 게 많았다고 했다. “혜경이 태준을 한번 안아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그 넓은 어깨가 작아 보이더라고요. 저는 혜경이 모두를 포용해줬으면 했어요. 그걸 극 끝까지 놓지 않고 가려고 했어요.”
혜경이 태준을 위해 기자회견장에 선 이유기도 하다. “원래 결말은 혜경이 기자회견장에 안 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감독님한테 가자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김혜경이 나쁜 여자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어느 순간 태준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용서랑 포용은 달라요. 태준을 용서한 것 아니지만 포용했으면 했어요. 중원을 버린 건 또 아니에요. 그냥 혜경은 그 순간 자신의 일과 15년을 함께 꾸려온 가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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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혜경을 포용하고 품는 건 전도연의 몫이었다. “김혜경을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저도 한 아이의 엄마고, 아내지만 나 자신이라는 존재가 너무 소중하고, 내가 행복한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더라고요. 저도 엄마이다 보니 저 자신보다 가족들이 중요할 때가 많은데, ‘아, 내가 행복해야 하는 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극 중 혜경도 엄마이자 아내로 살다가 점차 자신의 이름을 찾아간다.
전도연 역시 엄마이자 아내였기에 김혜경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도연에게 김혜경도 손을 내밀었다.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나도 소중한 사람이라고요. 드라마를 보는 분들도 이걸 느끼셨다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는 ‘굿 와이프’일까. “저는 그냥 굉장히 평범한 것 같아요. 결혼이라는 게 대단한 사랑만으로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혜경을 개인적으로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 이날도 정장을 차려입은 김혜경도 드레스를 뽐내는 ‘칸의 여왕’이 아닌 인간 전도연의 모습이었다. 드라마 안에서 그대로 보여줬던 ‘주름’도 중간에 자른 앞머리도 같은 맥락이었다.
“저는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 같아요. 감독님이 얼굴에 기미가 올라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고치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했어요. 앞머리도 어려보이려고 자른 게 아니라 그전 머리가 너무나 손이 많이 갔어요. 거기다 가발을 쓴 것처럼 굉장히 불편하더라고요. 아직까진 편한 게 좋아요. 앞으로도 이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주름이 있어도 저는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저는요. (웃음)”
‘굿와이프’는 6%대의 시청률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다음 행보는 우선 tvN 예능 ‘택시’ 출연이다. 오는 9월 2일부터 3일까지 ‘굿와이프’ 특집에 전도연을 비롯 주연 배우들이 함께 예능 나들이에 나선다. “저 믿고 한 번만 같이 하자고 했죠. 다들 예능을 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미안했는데, 뒤풀이 겸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졸랐죠. 그런데 잘 끝낸 것 같아요. 시간상 많은 이야기는 못 나눴지만, 저희의 팀워크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고, 촬영 잘 마쳤습니다.”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조심스럽게 ‘시즌 2’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놀란 모습이었다. “누가 그래요? 전 상상도 못했는데요?” 곧 웃음을 터뜨렸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주인공들에겐 또 다른 시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체력적으로 과로사에 쓰러지는 걸 나도 해보는구나 싶을 만큼 힘들었어요. 약을 잘 챙겨 먹는 스타일은 아닌데 온갖 남이 좋다고 하는 약은 다 찾아 먹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에너지를 잃지 않으려고 했죠. 그래도 드라마는 다시 안 해 이런 건 아니에요.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만약 ‘시즌 2’를 한다면 변호사 검사는 아주 심각하게 직업적으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느낀 게 제가 법정 대사를 잘 못하더라고요. 너무 소화가 안 되는 거예요. 부족한 걸 많이 느꼈어요.”
“사실 드라마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저는 우아하게 영화만 할래요’라고도 말하고 싶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저 전도연스러운 선택이 될 것 같아요. 믿고 응원해 주세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