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그건 아닌 것 같아. 옷이 싸구려더라구."
"흐음. 현민이 형이 싸구려 옷을 입는 여자를 사귈 리가 없잖아."
"그치? 그래서 좀 이상하긴 했는데...... 그래도 그 정도로 예쁘면 현민이 오빠가 좋아할 만도 해. 친해지고 싶어. 이것저것 사서 입히고 싶더라."
"인형놀이를 하고 싶은 거구나."
"오빠도 한 번 보면 홀딱 반해서 이것저것 입혀보고 싶을걸."
"홀딱 반하면 입히는 게 아니라 벗기고 싶어지는 거지."
"뭐야, 이 변태! 왜 현민이 오빠 같은 말을 하고 그러냐?"
"아하하하."
웃는 중에도 그녀의 얼굴이 떠나질 않는다. 이름도 모르는 멋있는 소녀, 고양이 같이 선명하고도 맑은 눈을 갖고 있던 소녀.
'아,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매일 그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어야겠다.'
2학년 건물 뒤에 있는 작은 정원은 영현이 좋아하는 곳이다. 영현은 매끄러운 나무 벤치에 앉아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서 뭐해?"
"아아, 志云아."
영현이 志云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짧은 단발머리를 귀뒤로 넘기는 행동을 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