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하정우를 보면 그의 세련된 귀여움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의 유머 코드를 읽는 맞춤 응대, 온몸에 전류처럼 흐르는, 피보다 진한 하이 코미디 기질, 감독에게 ‘만보기 사용법'이나 ‘족욕' 등 건강 생활 정보를 전하는 싹싹한 태도는 오랜 현장 생활을 함께하는 영화 동지로 안성맞춤이다.
나 또한, 여러 번 그의 귀여움에 홀렸다. 한번은 “영화 ‘황해'를 촬영하다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그의 전화를 받고, 하정우의 그림을 트럭에 잔뜩 싣고 신사동 스튜디오로 옮겨와 비평해준 적이 있다(화가로서 그를 세상에 알린 첫 비평이었다). 그의 그림은 하정우 안의 캐릭터와 현대 화가들의 뇌가 합성되어 잘린 채 떠 있는 ‘기억의 조각’ 같았다. 하정우가 연기한 바스키아, 하정우가 연기한 키스 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