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시작하고 백팩커스를 전전하던 나에게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은 ‘첸쓰하오’라는 본명을 가진 동갑내기 대만친구 다니엘이었다. 당시 비수기로 백팩커스의 숙박료가 아주 저렴했기 때문에 따로 셰어하우스에 들어갈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백캑커스의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다니엘이 이곳저곳 집을 알아본 다음 계속 추천해줘 알아보니 셰어하우스가 백팩커스보다 저렴했기에 대만친구 다니엘과 함께 호주 다윈 시골의 한 방에서 셰어하우스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주말을 제외하고는 얼굴 볼 시간조차 많지 않았다. 이유인 즉, 내가 일하고 있는 이벤트 회사는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일이 끝난다. 반면 다니엘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3곳이나 하고 있어서 오전 6~10시까지 호텔 청소를 하고,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는 중국 식장에서 키친핸드를 했다. 여기에 오후 7시~9시까지 레스토랑에서 서빙까지 했다.
하루종일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 보니 항상 많이 피곤해 보였다. 그렇다 보니 피로누적으로 인해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호텔 청소에 늦게 됐고, 두 번째로 지각하면서 바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영어 실력이 좋지 못해 매번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갈 때면 퇴짜를 맞았는데, 그래도 이에 굴하지 않고 항상 싱글벙글 웃으며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다.
어느 날은 잔뜩 들뜬 모습으로 방으로 들어온 다니엘이 “오늘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데 전지현을 닮은 한국인 손님이 와서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국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며.
그러면서 다음에 그 손님이 혹시 또 올 수 있으니 한국말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안녕하세요”,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등 한국말로 인사하는 방법을 이것저것 알려줬다. 신이 나서 한국어를 외우고 또 외우고 있던 다니엘의 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이처럼 손님으로 찾아온 여행자처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또 다른 여행자인 우리. 전 세계 펜팔친구들을 찾아 529일간 떠난 세계일주 과정 중 처음 3개월 동안의 동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호주로 입국하며 시작된 워킹홀리데이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낸 다윈에서의 생활은 여행이 아닌 타지의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전해줬다.
덧붙이자면 하루하루 쉽지 않은 생활 속에서도 즐겁게 웃던 다니엘은 주말이 되면 나에게 대만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컴퓨터로 다양한 대만 노래 및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 노래는 어떠냐?” 혹은 “이 영화는 어떠냐?”고 쉬지 않고 물어봤다. 이 또한 세계일주를 떠남으로써 만들 수 있었던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