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의 목덜미로 라온의 숨결이 달라붙었다 . 올려다보는 커다란 눈망울 이 그의 입술을 뚫어지게 응시 했다. 순간, 무심 하던 영의 표정에 균열이 일어났다. 얼음이라도 된 듯 바싹 굳어 있는 영과는 달리, 라온은 연신 서책의 문장을 가리키며 질문을 이어갔다.
“화초서생, 그러니까 이 문장은 ........”
“사내놈이! 어쩌자고 자꾸 달라붙는 것이냐?”
기어이 그의 입에서 퉁명한 지청구가 떨어졌다.
“아, 제가 그랬습니까? 죄송합니다.”
라온이 머쓱하게 웃으며 한 치 옆으로 물러나 앉았다. 그러자 이번엔 영의 입에서 못마땅한 헛기침이 새어 나왔다.
“…...홈.”
녀석이 바싹 붙어 있을 땐 목덜미로 달라붙는 녀석의 숨결 이 불편했다 그런데 이렇게 녀석이 제 곁에서 떨어져 앉으니, 이건 이거 나름대로 마음 한구석이 언짢았다. 잠시 미간 을 찡그리던 영은 그녀의 옆자리로 다가앉았다.
“무슨 공부를 이리 열심히 하는 것이냐?”
“곧 강경 시험이 있습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된 것이, 내시들이 성균관 유생들보 다 더 지독하게 공부하는 듯 보이는구나.왜? 시험을 못 보면 뉘에 게 혼쭐이라도 나는 것이냐?”
“불통을 받으면 교육장 쉰 바퀴를 돌아야 하지만, 딱히 그 때문에 이리 열심인 것은 아닙니다.”
“그럼 왜 이리 열심이야 ? "
“강원 한번 해보려고요.”
“장원?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