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가14일 자체 최저 시청률, 동시간대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막을 내렸다.
방송 초반 '미신'에 맹신하는 심보늬(황정음 분)의 심리를 공감 있게 그려내지 못하면서 시청자를 끌어당기지 못한 것이 '운빨로맨스'의 패인으로 지적된다.
극중 심보늬는 의식불명으로 누워있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호랑이띠 남자와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점쟁이의 말에 눈에 불을 켜고 그 대상을 찾는다.
동명의 웹툰을 토대로 했음에도 집주인-세입자인 원작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전혀 다르게 바꾸는 등 이야기를 원작과 상당히 다르게 전개한 이 드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만화적인 이 초기 설정만은 웹툰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극 초반 맹목적으로 미신에 빠진 심보늬의 행동은 너무나도 절박했지만 비현실적이어서 공감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황정음은 웃다 우는 익숙한 캐릭터에 기댄 듯 평이한 연기를 이어갔고, 첫 주연을 맡은 류준열은 까칠한 천재 프로그래머라는 설정과 달리 삐걱거렸다.
황정음과 류준열에 대한 기대감으로 첫회 시청률 10.3%로 단숨에 동시간대 1위를 꿰찼던 '운빨로맨스'는 2회에서 바로 8.7%로 떨어지더니 방송 내내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
김우빈과 수지가 출연하는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가 방송된 지난 6일부터는아예 6%대로 내려앉았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던 14회 6.4%와 동률이었다.
보통의 드라마가 첫회 낮은 시청률로 출발해 시청률이 점점 오르고, 마지막회는결말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청률이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운빨로맨스'의 시청률 그래프는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지난해 '킬미 힐미'에 이어 '그녀는 예뻤다'까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황정음은 결혼 3개월 만의 복귀작으로 고른 '운빨로맨스'가 전작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두면서 체면을 구겼다. 늦깎이 데뷔에도 불구하고 데뷔작인 '응답하라 1988' 이후 강력한 팬들을 확보한 류준열이지만, 팬들의 성원만으로는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황정음은 이번에도 특유의 웃다 우는 연기를 훌륭히 해냈다. 초반 망가짐을 불사하며 호랑이띠 남자 제수호를 잡으려는 연기로 웃음을 안겼던 그는 극 중후반부 떨어질 듯 고인 눈물로 삶과 운명의 무게에 눌려 힘겨워하는 보늬의 감정을 전했다. 그러나 동생의 병원비 때문에 월세가 밀려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는 심보늬의 캐릭터와는 거리감이 있는 화려한 패션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 후반부 어깨와 등을 드러낸 채 요양원 청소를 하는 심보늬의 모습은 그의 아픈 마음을 드러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오히려 실소를 자아냈다.
'운빨로맨스'는 지난해 황정음이 출연했던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무대가 됐던 사무실 세트를 약간만 변형해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