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윤시윤은 여전히 동화 속에 산다. 그것이 성장이 중지 된 나이브한 세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겪을 만큼 겪고 깨질 만큼 깨져 보고도 여전히 계속되는 어른의 동화다. 혼자서 다른 행성에서 살다 온 것처럼 순도 높은 청년으로 성장한 그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에 순천에서 자랐어요. 지금도 할머니 집에 가면, 아침 7시 반쯤 일어나서 마을 뒷산을 왕복 해요. 벚꽃 나무가 만개해서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예쁜 산인데, 거기 갔다 오는 동안 할머니가 개인 어선이 그날 새벽에 잡아오는 물고기들을 싸게 사 와서 아침을 만들어 주세요. 너무 맛있죠, 최고죠. 저희 할머니가 요리를 되게 잘 하시거든요. 어렸을 때 영어 학원 대신 서당에 다녔어요. 조금 특이한 케이스죠. 할머니께서 예의 범절에 무척 엄하셨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자연스레 몸에 밴 어른이 된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이제야 알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엄청나게 지혜로운 방법들을 알려 주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