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라온의 수중에 있는 돈이라곤 집을 떠날 때 어머니가 비상금으로 챙겨 주셨던 다섯 냥이 전부였다. 방금 주문한 비단을 사면 한푼도 안 남았던 것이다.
그런 라온의 심중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여주인이 말했다.
“이건 덤이야.”
“아니요, 됐습니다."
“가져가라니까. 자투리 천이라 어차피 팔 지도 못하는 건데 뭐.”
“그러시면 제가 너무 미안하잖아요."
“삼놈이가 사내라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옷 한 벌 제대로 지으려면 이런저런 이유로 자투리 옷감이 꽤 많이 들어. 기왕 짓는 옷, 이거 가져가서 예쁘게 지어 입어. 우리 짠돌 이 영감 없을 때나 내가 챙겨줄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어여 챙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