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먹고 있어.”
입 속에 밥이 가득 든 서희의 대답. 하지만 머리를 다 감고 나와 보니, 두 숟
가락이나 먹었을까? 시간은 7시 40분이다.
“엄마 늦는다고 했잖아? 밥 먹지 마. 빨리 옷이나 입어.”
엄마는 밥을 치우고, 아이가 입을 옷을 가져다줬다. 옷을 가져다주면서 엄마
는 TV를 꺼 버렸다.
“왜 꺼? 지금 에디가 루피한테 가는 중이라고!”
“너 또 TV만 보다가 옷도 안 입고 있을 거잖아. 너 엄마 머리 말리고 화장하
는 동안 옷 다 입어야 해.”
서희는 입이 오리가 되어 엄마가 가져다준 옷을 봤다.
“나 이거 안 입어. 분홍색 원피스 입을 거야.”
“그거 월요일에 입었잖아? 아직 안 빨아 놨어. 오늘은 이거 입어.”
“싫어. 나 민아랑 그거 입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그럼, 어제 말했어야지. 오늘은 그냥 입어.”
시계를 보니 7시 50분, 엄마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8시에 유치원 버스를
태워야 하는데, 그래야 아침 회의에 안 늦는데….’ 엄마는 대충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었다. 7시 55분.
“다 입었니?”
거실에 나와 본 엄마는 깜짝 놀랐다. 서희는 잠옷 그대로 다시 뽀로로를 보
고 있었다.
“너 뭐야? 옷 하나도 안 입었어?”
“저거 싫어. 안 입어. 내가 다른 걸로 고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