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志云아."
"어."
"데이트할래?"
"내가 왜 이 폭설을 뚫고 형이랑 데이트를 해야 하는 거지?"
"사랑하는 형이니까."
"절대 싫으니까 말도 꺼내지 마."
"그래, 네 표정 보니까 정말 싫은 것 같구나."
志云이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눠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슴 속에 모래가 굴러다니는 듯 꺼끌꺼끌.
"어디 가냐?"
나가려는 志云이에게 물었더니, "온실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막내 동생은 안 그렇게 생겨서 참 동식물을 좋아한다니까."
"됐거든"
"아이고, 귀여워라."
志云이의 퉁명스러운 얼굴이 귀여워서 끌어안았더니, 버럭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
혼자서 눈사람 만들기를 끝낸 서우가 젖은 옷을 벗어던지며 말했다.
"형, 나 나갔다가 올게."
"어디 가냐?"
"놀이공원."
"누구랑?"
"당연히 혼자 가자!"
"놀이공원을 혼자 가는 게 당연한 거냐?"
"그럼 놀이공원을 여러 명이서 가?"
이상한 논리를 피력한 서우가 나가버린 후, 나는 넓은 응접실에 혼자 남겨졌다.
커다란 창문으로 소복소복 눈이 쌓이는 걸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