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내 홍 내관을 믿고 말해 줌세. 사실…… 그 두 분 증 한분은 바로 세자저하일세.”
순간, 라온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하고 말았다.
아…… 이거 병인가 봐. 요즘 세자저하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 구석이 뜨끔해진 단 말이지.
“세자저하께서 왜요?”
“글쎄.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신 듯 신경이 날카로우시다는 소문이 네.”
“그렇사옵니까?”
“그렇다네. 하여, 조정에 무슨 풍파가 일어날까 싶어 조정대신들이 잔뜩 몸을 사린다고 하더군. 그러니 자네도 조심하게나.”
“......”
이미 늦었습니다. 세자저하인 줄도 모르게 낯선 벗이라 하질 않았나, 그 분과 입술을
마주치지 않았나. 그것도 모자라 세자저하를 말복이에 빗대 이야기까지 했으니.
되돌리기 힘든 짓을 한 것을 세어보자면 양 손으로 다꼽지 못할 지경입니다.
“내가 미쳤지. 죽으려고 환장했지.”
라온은 낮게 중얼거리며 주먹으로 제 머리를 콩콩 찧었다.
근래 들어 갑자기 생긴 버릇이었다.
놀란 도기가 통통한 얼굴을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자네, 왜 그러는가?”
“아, 아닙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라온이 다시 물었다.
“그럼 두 번째 분은 대체 뉘십니까?”
“두 번째 분은 바로.......”
도기의 입에서 그 두 번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려는 찰나였다.
“어이, 거기 너희들.”